Happy Birthday!!

오늘이 나의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이는 향이 집안을 가득채운다. 미역이 주는 바다냄새의 비릿함과 마늘의 진한 향이 어우러져 나를 자극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생일밥상이 익숙치가 않다.
왠지 불편하다. 내가 받는 집중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매년 고난주간을 전후로 생일날이 있는지라 생일을 축하받는 자리를 피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해도 지인들의 생일인사를 피하기 위하여 페이스북도 꺼놓은 상태이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인사가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생일이 어서오기를 기다릴텐데 해논 일도 없이 나이만 먹는것이 싫은 것일까?

미국에서 살면 생일날 받는 혜택이 많다.
식당쿠폰만 미리 신청하여 모아두면 생일 날뿐만 아니라 생일이 있는 한 달 안에 한끼 식사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 그만치 생일은 모두에게 기쁜 날이고 축하가 당연한 날인데 나에게는 하필 사순절 기간에 돌아오는 생일은 왠지 조용히 지내야만 할것 같은 마음이 든다.

오늘은 종려/수난 주일이다.
고난주간의 예수님의 십자가를 향한 여정은 예루살렘을 입성하시며 호산나를 외치는 사람들의 축하로 시작한다. 로마정권에서 차별받던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입성을 축하하는 이유가 다른데 있었던것 같다. 왜냐하면 1주일도 안돼서 돌연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는 군중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승자에게 환호를 외치고 축하를 한다.
아무도 패자에게 종려가지를 흔드는 퍼레이드를 열어주지는 않는다.

두 주먹을 꽉쥐고 세상에 나와 첫 울음을 터뜨린 승자(?)에게 그 날을 기억하라고 해피버스데이를 노래하는 축하의 퍼레이드…

우리에게 선택이 있다면 고난보다는 축하의 잔치를 원할 것이다. 다음 주는 부활절로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의 승리를 축하하는 큰 잔치가 교회마다 이어진다. 그런데 잔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난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그러기에 이번 한 주일은 일상의 시간이 멈춘 고난의 퍼레이드에 함께한다. 산 꼭대기의 환호보다는 깊은 골짜기 밑바닥에서 늪과 수렁에 빠져 헤메이는 고통의 순간들…
십자가를 향한 예수님을 따라가는 제자도의 모습을 묵상한다.

매년 3월 13일(3월 둘째주일)은 복음주의연합의 창립기념일로 기억될 것이다. 생일과 같이 서로 축하하며 기쁨을 나눌 것이다. 그러나 그 기쁨이 세상을 이긴 승리자로서의 기쁨만이 아닌 예수님 십자가를 따라가는 고난의 행렬이 되어야 할것이다. 낮은곳에 임하시는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어떤일을 맡기시고 부탁하실까?

그토록 기도하며 준비한 새로운 교회 공동체 운동이 어렵게 태동하였다. 첫 울음을 통하여 알린 새생명체의 조직은 그냥 자라지 않는다. 성장을 위하여 양육되어야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건강히 자라야 한다. 어려운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모두의 축복속에서 잘 성장하기를 기도하며 성령하나님의 돌보심을 간구한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